이탈리아의 수도인 로마 안에는 바티칸 시국이라는 또 하나의 국가가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독립국으로 잘 알려진 이곳은 전 세계 카톨릭의 총본산이라는 성스러운 의미 외에도 미켈란젤로 불굴의 명작인 '천지창조'와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등 책에서만 볼 수 있었던 훌륭한 예술 작품들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이탈리아 미술의 보고이기도 합니다.
바티칸 시국은, 이탈리아 로마 시내 테베강 서안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 번에 3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성 베드로 광장 앞에는 흰색 선이 도로 위에 그어져 있는데 이것이 바로 이탈리아와 바티칸 시국을 구분 짓는 국경선입니다.
바티칸은 이탈리아가 19세기 들어 근대 통일국가로 탈바꿈하면서 교황청 직손 교황령의 지위를 상실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1929년 이탈리아와 교황청 주변의 지역에 대해 주권을 인정하는 라테라노 조약을 체결함으로써 영토 0.44㎢의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독립국이 되었습니다.
현재 바티칸의 영토권은 성베드로대성당과 로마에 있는 성당과 궁전을 포함한 13개 건물, 로마 동남쪽 120km 지점에 있는 카스텔 간돌포(Castel Gandolfo)의 교황 하계 관저에 국한됩니다. 영토 내에는 성 베드로 광장, 대성당, 교황 궁전, 관청, 미술관, 도서관, 은행, 방송국, 인쇄국, 철도역, 우체국, 시장 등이 있습니다.
로마 여행자의 대부분은 바티칸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 성지 순례를 목적으로 매년 부활절에 교황의 연설을 듣기 위해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이는 신도가 많습니다. 바티칸에 있는 예술품도 세계적으로 유명하여 이를 보기 위한 관광객도 많이 몰려드는 곳입니다.
시스티나 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 천장화는 1994년 대대적인 보수 작업이 완료되었고, 교황을 선출하는 투표가 진행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바티칸 박물관(Museo Gallerie del Vatican)은 역대 교황이 모은 것을 중심으로 고대 그리스 미술과 미술사적으로 다양한 시대의 진귀한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바티칸 박물관의 주요 대표작만 골라 보는 데도 2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 피냐 정원(Pigna Courtyard or Pine-Corn Courtyard)
이 정원은 1816년 Pirro Ligorio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거대한 청동 솔방울 분수가 있는데, 이것은 아그리파의 욕실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 벨 베데레의 뜰(Cortile Ottagonale)
여행객들이 처음으로 통과하는 곳으로 18세기에는 클레멘스 14세와 피우스 6세가 수집한 조각들이 놓여있었습니다. 바티칸 궁전의 전신인 이곳은 19세기 피우스 7세에 의해 현재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이 뜰의 한 모퉁이에 라오콘 상이 있는데 이는 16세기 초 콜로세움 부근의 티투스 목욕장 유적에서 발견된 대리석상으로 후기 헬레니즘 시대의 걸작입니다. 큰 뱀에 묶여 고뇌하는 트로이의 사제 라오콘(Laoconte)이 신에게 벌을 받는 것입니다. 기원전 6세기 고대 그리스의 조각가 레오카레스 작품으로 추정되는 청동상을 로마 시대에 복사한 대리석상인 아폴로 상도 꼭 봐야 할 작품입니다.
• 회화관(Pinacoteca)
바티칸 박물관 입구의 안뜰 오른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비잔틴 시대부터 현대까지 종교를 주제로 한 그림들이 연대순으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들 중 8실에 있는 라파엘로의 걸작 '마리아의 대관', '폴리뇨의 마리아','그리스도의 변용'은 꼭 관람할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 '그리스도의 변용'은 라파엘로의 최후 작품으로 아랫부분은 제자에 의해 완성되었습니다. 제9실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미완성작 '산 지롤라모', 제12실에는 마니엘리즘에 지대한 영향을 준 카라바죠와 그의 제자가 그린 '그리스도의 강가' 등 찬란한 예술 작품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 라파엘로의 방(Stanza di Raffello)
궁전 오른쪽 2층에 있는 4개의 방입니다. 라파엘로가 이곳의 그림들을 그릴 당시 성 시스티나 성당에서 작업을 하는 미켈란젤로가 교황과의 의견 대립으로 피렌체로 귀향했을 때 라파엘로는 아무도 입실이 허락되지 않았던 시스티나 예배당에 몰래 들어가 미켈라젤로의 예술 기법을 알아냈다는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합니다. 이 방은 '화재의 방','서명의 방,'엘리오도라의 방','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방'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4개의 방 중 가장 아름다운 '서명의 방'에는 교황 율리우스 2세가 라파엘로에게 의뢰하여 그렸다는 천장화를 볼 수 있습니다. 이 벽화는 라파엘로가 1508~1511년까지 심혈을 기울여 그린 것으로 인간의 영혼을 구성하는 지식과 도덕을 주제로 한 그림입니다. 그의 대표작 '성체에 대한 토론'과 철학의 승리를 그린 '아테네 학당'도 벽을 마주 보고 전시되어 있습니다.
'엘리오도라의 방'에 들어서면 오른쪽에서부터 '레오네 1세, 아티라를 체포하다','볼세나의 기적','신전에서 추방되는 엘리오도라','성 베드로의 해방'이 차례로 걸려 있고, 천장화로 '아담과 이브'가 있습니다. '콘스탄트누스 대제의 방'은 4개의 방 중 가장 큽니다. 여기에는 라파엘로의 제자인 줄리오 로마노가 그린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시(미네르바 다리의 성전)'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 시스타나 소성당(Cappella Sistina)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벽화 '최후의 심판(Giudizio Universale)'이 있는 예배당입니다. 중요한 의식을 치르는 곳으로 교황 선거도 이곳에서 행해집니다. 구성경을 주제로 한 천장화 역시 미켈란젤로의 작품으로 '빛과 어둠의 분리'로부터 '노아의 만취'에 이르기까지 총 9개 장면을 담고 있는데 이 가운데 중앙에 있는 '아담의 창조'가 유명합니다.
벽화 '최후의 심판'이 정면에 있고, 그 왼쪽은 '모세의 일생', 오른쪽은 '그리스도의 일생'이 그리스도와 모세의 일생을 주제로 하여 각각 6개의 벽화가 있습니다.
궁전의 가장 뒤에 있으며 이곳은 1475년에서 1483년 사이에 건축되었습니다. 1473년 교황 식스티스 4세가 교황의 묘로 조성한 것으로 당시 보티첼리 페르지노 등에 의해 양쪽의 벽이 그려졌고, 그 후 율리우스 2세의 명에 의해 미켈란젤로가 천정과 나머지 벽화를 그렸습니다. 미켈란젤로는 1508년 5월 작업에 착수하여 4년 5개월 동안 정열과 창작력을 총동원하여 1512년 불후의 대작을 완성한 것입니다. 그가 천정에 그림을 그리기 위해 무리한 자세를 취했기 때문에 무릎에 물이 고이고 등이 굽었다는 유명한 일화에서 화가의 정열을 느낄 수 있습니다. 15세기에 대리석으로 만든 칸막이가 성당을 두 부분으로 분리 시키고 있는데 제대가 있는 쪽은 종교 행사를 위해 성직자들만 출입할 수 있고, 다른 한쪽은 회의 등 행사 때 이용합니다. 성당의 규모는 길이 40.23m, 폭 13.41m, 높이 20.73m입니다.
미켈란젤로의 천장화 제작 이후 22년 벽화 '최후의 심판'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중앙에는 마리아와 성인들을 거느린 예수 그리스도가 준엄한 심판을 오른쪽에는 죄인들이 지옥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발 아래 성 바돌로뮤의 모습은 비참함과 고민의 표정을 짓고 있는 그의 자화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최후의 심판은 수많은 등장인물을 통해 인간적 가치와 인간 존엄성을 추구하기 ㅜ이해서는 역시 그 본연의 대상이 인간이어야 한다는 르네상스 정신과 통한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원래 천지창조는 완전 나체로 그려져 있었으나 이 그림의 나체들은 후임 교황 비오 4세의 명으로 다니엘레 다 본테라가 손질하여 나체를 가렸습니다. 이 때문에 다니엘레 다 본테라는 '기저귀 화가'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합니다.
성 베드로 성당은 좌우 폭이 240m로 30만의 군중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정면으로 대성당 입구가 있고 그 좌우로 반원형의 회랑에 4열의 그리스의 건축양식인 도리아식 원주 284개가 서 있습니다. 각주가 총 88주로 4열 종대를 이루어 회랑 위의 테라스를 떠받치고 있습니다. 그 윗 부분에는 140명의 성인상이 장식되어 있고, 광장 중앙에는 서기 40년 칼라굴라 로마 황제가 이집트에서 운반한 높이 25.5m, 무게 320톤의 오벨리스크가 서 있습니다. 오벨리스크 양쪽에는 분수 2개가 있고, 이 두 분수 사이에 대리석 바닥이 있는데 여기 서서 열 회랑을 쳐다보면 기둥들이 4주씩 포개져 하나로 보입니다. 이곳은 성 베드로가 순교한 곳으로 제237대 교황 알렉산더 7세의 명에 의해 르네상스 건축가 베르니니가 완공한 곳입니다. 광장에서 성당 입구 쪽으로 향하여 보면 왼쪽에는 바티칸 우체국과 관광안내소가 있고, 오른쪽에는 교황 거소 등 바티칸 궁전이 보입니다. 일요일이면 교황이 베드로 대성당 정면의 발코니에서 광장에 모인 군중에게 인사를 합니다.